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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과 이동/국내

정선 민둥산 등산

by 공튼이 2026. 6. 29.

강원도 정선에 있는 민둥산에 다녀왔다. 민둥민둥 숱이 없음을 표현하는 단어라 생각했건만 저게, 그냥 산 이름인줄은 몰랐다. 이곳은 원래 가을 억새로 유명한 산이라고 한다. 지금은 여름이니 파릇파릇한 상태다. 이 모습도 꽤 좋아보여서 다녀오기로 했다.

 

아침 6시쯤 집에서 출발, 8시 반쯤 도착했다. 생각보다 일찍 움직였는데도 등산로 주차장 근처에는 등산객들이 꽤 있었다. 역시 유명한 산은 유명한 산인가 보다. 내가 간 코스는 Course 1 이라고 된 증산초교 출발 코스 다.

 

안내판 기준으로는 정상까지 약 2Km, 예상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라고 되어 있었다.

 

거리만 보면 짧아 보인다. 그래서 처음엔 살짝 만만하게 봤다. 하지만 역시 산은 숫자만 보고 판단하면 안 된다.

 

1. 증산초교 코스 출발

입구에 코스가 크게 표시되 있다. 여기서부터 바로 산행 시작이다.

 

처음 길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나무 그늘도 있고, 흙길도 정비가 잘 되어 있었다.  

 

데크가 있는 구간, 계단처럼 만들어둔 구간도 있다. 아직 초반이라 그런지 몸도 가볍고, 기분도 좋았다.

이 페이스대로 계속 올라가면 되는건가... 했는데 늘 그렇듯, 이런 생각은 오래가지 않는다.

 

2. 짧지만 확실히 올리는 산

민둥산 증산초교 코스는 길이가 길진 않다. 그런데 짧은 거리 안에서 고도를 꽤나 올려버린다. 걷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숨이 차고, 다리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한다. 평소에 많이 걷는 편이라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역시 평지 걷기와 산 오르기는 그냥.. 다른 운동이다. 사용하는 근육도 다르고, 운동 강도도 전혀 다르다. 도심에서 만보 걷는 것과, 산에서 1Km 이동하는 건 전혀 다른 장르였다.

 

 

숲길은 조용하고 좋았다. 그늘도 있어 햇빛을 피하기에 괜찮았다. 다만 길이 계속 위로만 향한다. 길 중간마다 계단도 나오고, 흙길도 나오고, 뿌리와 돌도 있다. 민둥산이라는 이름 때문에 부드러운 이미지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나 산길은 산길이다.

 

3. 숲을 빠져나온 풍경

한참 올라가다 보면 숲이 열리고, 갑자기 시야가 트인다. 중턱 휴게 공간이 있는 부분이 있다. 거리상 반쯤 온것 같은데 체력이 저질 체력이었던 탓에... 저혈압 쇼크 온것 마냥 눈앞은 어질어질하고, 심박수 때문에 터질듯한 가슴을 부여잡으며, 챙겨간 물 한모금 하면서 한참 쉬다가, 정신을 좀 차린 다음 주변을 둘러보았다. 산 느낌이 확 살아난다.

 

 

방금전 까지 숲속에서는 그냥 등산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면, 이 구간부터는 그래도 정상에 거의 다 와가는구나 싶다. 하늘은 파랗고, 능선은 둥글고, 길은 정상 쪽으로 쭉 이어진다. 여기서부터는 힘들어도 사진을 계속 찍게 된다.

 

바로 위 보이는 계단을 앞에 두고 바닥에 앉아 한참을 쉬고 있었다. 쉬는 동안 많은 이들이 지나갔는데, 브이로그 하시는 분도 계신것 같고, 모임에서 함께 온 무리들도 많이 보인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드물게 있었다.

 

4. 정상 전 마지막 계단

계단이 나온다. 사진으로 보면 예쁜데, 막상 오를 때는 별로 예쁘지만은 않다. 고행의 길...!

 

그래도 집에 와서 사진들을 다시 살펴보니 이 구간이 분위기가 젤 좋았다. 큰 나무가 있고, 그 옆으로 계단이 이어지고, 위쪽으로는 하늘이 보인다. 거의 다 왔다는 희망도 조금씩 든다. 

 

5. 산 정상으로 가는 길

정상부에 가까워지면 풍경이 더 시원해진다.

 

민둥산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 중 하나다. 길이 능선 위로 쭉 이어지고, 양옆으로는 초록초록함이 가득했다.

 

유독 구름이 없는날이라 그런지 파란 하늘과 초록 능선 조합이 아주 좋다. 가을 억새철이면 완전히 다른 분위기일 것 같다. 아무튼 그때는 더 유명한 이유가 있겠지라는 생각이다. 억새가 없어서 아쉬운 게 아니라, 그냥 여름의 민둥산이다.

 

6. 민둥산 정상, 해발 1,119m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석에는 크게 민둥산, 그리고 해발 1119m라고 적혀 있다. 정상에는 인증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많았다. 사람이 없을때 찍어봤다. 

 

어느 산이건, 정상에 오르면 확실히 보상감이 있다. 힘들게 올라온 만큼 시야가 열리고, 바람도 느껴지고, 포기하지 않았단 사실에 괜히 뿌듯해진다. 무엇이든 할수 있겠다란 생각도 든다. 민둥산은 막 거칠고 험한 산이라기보다는, 짧게 치고 올라가서 시원하게 보여주는 산에 가까웠다. 호락호락하지 않았지만, 정상에선 탁 트인 관경을 감상할 수 있어 좋다.

 

7. 아래로 내려다 본 풍경

정상 근처에서는 아래쪽으로 둥글게 패인 지형도 보였다. 흔히들 민둥산 하면 아래 지형 사진을 많이들 보여준다. 

 

초록 능선 사이에 작은 웅덩이처럼 보이는 곳이 있었는데, 멀리서 내려다보니 꽤 독특했다. 참고로, 저 웅덩이가 사진상  가까워 보일순 있는데 저곳은 꽤나 내려가야 한다.

 

8. 하산

정상 구경을 마치고 다시 내려왔다. 하산길은 올라갈 때보다 빠르긴 하지만, 무릎과 발바닥에는 또 다른 부담이 온다.

 

내려오면서 느꼈다. 민둥산은 올라갈 때는 허벅지와 종아리가 일하고, 내려올 때는 무릎과 발바닥이 불타는 산이다.

 

그래도 숲길이 좋아서 내려오는 길도 나쁘지 않았다. 햇빛이 나무 사이로 들어오고, 길도 비교적 잘 정비되어 있었다. 주차장에는 12시쯤 도착했다. 아침 8시 반쯤 시작했으니, 사진 찍고 쉬고 정상 구경한 것까지 포함해서 대략 오전을 꽉 채운 산행이었다.

 

9. 치악산휴게소에서 늦은 점심

하산 후 차에 올라 집 가는 길, 점심은 치악산휴게소에서 해결했다. 시간은 1시 반쯤이었다. 

산에서 내려오고 나니 배는 고픈데, 너무 무거운 음식은 또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고른 메뉴로 물막국수와 만두 를 주문해 본다.

 

더운 시간을 버텨왔고 땀을 많이 흘렸던 터라, 육수가 시원하긴 했다. 그런데 개인적으로는 조금 애매했다. 느낌을 말하자면, 그냥 냉면 육수에 메밀국수를 얹은 느낌.. 먹으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휴게소니깐..

 

"여기에 들기름 막국수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역시 내 최애는 들기름 막국수인 것 같다. 그런데, 좀 속이 부대꼈을 수도 있겠다. 그래도 만두까지 먹으니 배는 적당히 찼다. 운전해서 돌아가기엔 딱 괜찮은 정도였다.

 

밥을 먹고 나서 간식도 샀다. 핫바랑, 10원빵을 샀다.

 

난, 10원빵을 샀는데 받아보니 50원빵이 나왔다. 괜히 기분이 좋다. 큰일은 아닌데, 이런 작은 게 여행 중에는 기억에 남는다. 다리는 이미 만신창이인데, 뭔가 소소하게 이득본 느낌이다. 휴게소 간식은 역시 이런 재미로 먹는 것 같다.

 

적당히 배를 채우고 다시 차에 올랐다. 아침 일찍 출발해서 민둥산 오르고, 정상 찍고, 내려와서 휴게소에서 밥까지 먹으니 하루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집에 도착하니 오후 4시가 조금 넘었다. 짧다고 만만히 볼 산은 아니다. 산행에 앞서 정선까지 이동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약 3시간)도 생각해야 한다. 하지만 힘든 여정 만큼 풍경은 좋았다. 가을 억새로 유명한 산이지만, 6월의 민둥산은 초록 능선과 파란 하늘로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