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볶음밥 레시피는 초록초록한 파를 싫어하는 아이 덕분에 알게 된 방식이다.
아이가 유치원때나, 저학년 때는 양조간장과 버터, 혹은 참기름을 자주 썼다.
생각해보니 내가 유년기였던 시절도 그 비슷한 류의 밥을 어머니께서 해 주셨다.
그 시절의 맛도 틀림없이 좋았지만, 파가 빠지면 어딘가 맛과 향이 비는 느낌이 들었다.
이 아이는 지난해 나이가 벌써 두자릿수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초록초록한 것을 경계하곤 한다.
그래서 파는 보이지 않게 하고, 향만 남기는 쪽으로 조금씩 타협하다 보니 우리 집 볶음밥은 늘 파기름으로 시작하게 되었다.

예전에 할 때는, 계란을 일일히 깨서 해왔건만.. 요즘은 쉽게 요리란이란 것을 구할 수 있게 되었다.
껍질 처리할일 없고, 계란 껍질이 요리에 빠질까봐 걱정이 없어
요리를 시작하는 허들을 크게 낮춰준 물건이다.

불을 올린 팬에, 붓고 대충 휘젓기만 하면 그럴싸한 스크램블이 완성된다.
부드럽게 엉기기 시작하는 이 장면을 보고 있으면, 평범한 한 끼도 생각보다 꽤 든든한 음식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햇반 하나를 넣고 치킨파우더 반 티스푼을 뿌린다. -_-..

아직 덜 데워져 뭉쳐 있는 밥은 국자로 꾹꾹 눌러주면 쉽게 풀리고,
그 사이로 계란과 양념이 스며들며 볶음밥다운 표정이 생긴다.

불을 끄고 파기름을 조금 더 둘러 한 번 더 섞어주면 끝.
그렇게 완성된 한 그릇에서는 신기하게도 시판 냉동볶음밥 같은 익숙한 풍미가 올라온다.
초록초록함을 덜어낸 감칠맛 있는 치킨파우더 계란볶음밥이 완성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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