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상 플레인 요거트 1.8 L를 그릭케이크의 원통형 거름망 위에 천천히 부어 둔다.
둥그스름한 본체는 받침대처럼 아래에서 유청을 받아 주고, 요거트는 미세 메시를 통과하지 못한채 위에 남는다. 뚜껑을 닫고 냉장고 맨 뒤칸에 넣으면 준비 완료. 이틀이 지나, 유청은 거의 빠져나온 상태이고, 위쪽엔 되직하게 뭉쳐진 그릭요거트가 남는다.

여기서 작은 의식이 하나 더 있다. 거름망 아래를 지지하던 스프링을 살짝 빼내고, 메시로 부터 누름판을 조심스레 들어 올리면 요거트 덩어리가 통째로 빠져나온다. 그대로 접시에 옮겨 놓으면 자연스럽게 6등분하기 좋은 원형 케이크가 완성된다. 치즈케이크처럼 단면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모습이 꽤 뿌듯하다.

간혹 꺼내다가, 가장자리가 살짝 찢어지거나 모양이 무너지기도 하지만, 직접 만든 디저트의 투박한 매력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 ROI
- 제품 스펙: 그릭케이크 유청분리기 2.45 L, 가격 약 36,800 원
- 원가 계산: 플레인 요거트 1.8 L(약 7,000 원 초반) → 48 시간 후 그릭요거트 600 g 생산
- 시판가 대비: 그릭요거트 소매가 100 g당 ≈ 3,300 원 → 약 20,000 원 가치 → 냉장고 한 칸과 세척 10 분 투자로 1만 원 남짓 절약.
유청은 버리지 않는다. 단백질 스무디나 베이킹 반죽에 넣으면 묘하게 고소한 풍미가 살아난다. ‘쓰레기 제로’에 가까운 만족감은 덤이다.
# 질감·맛·페어링
- 질감: 시판 그릭요거트만큼 단단한 편이다. 묵직하게 떠지며, 유청을 더 오래 빼면 크림치즈 같은 농도가 된다.
- 맛: 산미가 한 톤 낮아 진입 장벽이 낮다.
- 페어링: 냉동 블루베리·라즈베리 + 아몬드·호두 조합을 추천. 설탕 없이도 충분히 달콤·고소.
# 요약
- 경제성: 세 번에서 네 번만 사용해도 투자 비용을 충분히 상쇄할 만큼의 절약 효과가 있다. 다만 냉장고에서 차지하는 공간은 고려해야 한다.
- 맛 & 질감: 꾸덕꾸덕하고 산미가 낮아 취향에 맞으면 큰 만족을 준다. 다만 가끔 모양이 매끈하게 떨어지지 않거나, 가장자리가 살짝 찢어질 수 있다.
- 활용도: 걸러진 유청은 스무디나 베이킹 반죽에 넣어 활용할 수 있고, 남은 요거트로 리코타 치즈나 샌드위치용 딥까지 만들 수 있다. 대신 거름망 세척은 손이 조금 간다. 그리고, 뚜껑 열때도 조심..! (* 뚜껑이 체결되는 부분이 어딘가 좀 약한 것 같다.)
# 맺음
저녁마다 그릭케이크를 꺼낼 때면 작은 실험실에 들어서는 기분이 든다. 오늘도 유청과 요거트가 갈라질 것을 기대하며 냉장고 문을 닫는다. 숫자(가성비), 맛(꾸덕함), 건강(단백질)이라는 세 가지 결과물은 그 기다림을 충분히 정당화해 준다.
냉장고 속 작은 실험으로 아침 식탁에 무게감 있는 만족을 더하는 일—꽤 괜찮은 루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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