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998001 이 만든 행진 (1/998001)
칠판에 이런 분수를 하나 적어보자.
1 / 998001
계산기를 두드리면 숫자가 갑자기 “말”을 하기 시작한다.
여기서 요령은 소수점을 세 자리씩 끊어 읽는 것이다.
1 / 998001 = 0.000001002003004005006007008009010011012013014015…
0.000 | 001 | 002 | 003 | 004 | 005 | 006 | 007 | 008 | 009 | 010 | 011 | 012 | 013 | …
숫자들이 줄을 서서 지나간다. 001 부터 999 까지, 마치 “자기소개”를 하듯한 이 행진은, 우연이 아니라 998001 = 999²라는 사실에서 시작된다. 우선 이 익숙한 반복을 꺼낸다. 1/999는 1000의 거듭제곱으로 쪼개진다.
1/999 = 0.001001001001… (001이 무한히 반복)
1/999 = 10⁻³ + 10⁻⁶ + 10⁻⁹ + …
이걸 한 번 더 곱하면(=제곱하면), 각 항들이 서로 만나면서 계수가 “1,2,3,4…”처럼 늘어난다.
(10⁻³ + 10⁻⁶ + 10⁻⁹ + …)²
= 10⁻⁶ + 2·10⁻⁹ + 3·10⁻¹² + 4·10⁻¹⁵ + …
그리고 여기서 결정타.!
(1/999)² = 1/999² = 1/998001
그래서 1/998001의 소수 전개에는, 세 자리씩 끊었을 때 001, 002, 003…이 차곡차곡 내려앉는 장면이 나타난다.
분수는 조용히 “내가 이렇게 생긴 이유”를 스스로 보여준다.
12. 1089 트릭: 뒤집고 빼고, 다시 뒤집어 더하면?
이번엔 분수가 아니라 과정이다.
아무 세 자리 수를 하나 고른다. 단, 첫 자리와 끝 자리만 서로 다르면 된다. (예: 732)
1. 숫자를 뒤집어 보자.
732 ↔ 237
2. 큰 수에서 작은 수를 빼보자.
732 − 237 = 495
3. 나온 수를 또 뒤집어서 더한다.
495 + 594 = 1089
여기서 중요한 디테일 하나.
뺄셈 결과가 두 자리처럼 보이면, 앞에 0을 붙여서 “세 자리”로 취급해야 한다.
예를 들어 210으로 해보자.
210 − 012 = 198
198 + 891 = 1089
뭘 고르든, 마지막엔 1089로 정리된다.
선택은 자유로운데 결말은 이상할 정도로 고정되어 있다.
이면의 논리
세 자리 수를 100a+10b+c 라 하자. (그리고 a≠c)
뒤집은 수는 100c+10b+a 이다. 둘을 빼면 b는 사라지고, 앞뒤 차이만 남는다.
(100a + 10b + c) − (100c + 10b + a)
= 99(a − c)
즉, 결과는 항상 99의 배수다. 그래서 가능한 모양은 사실상 이것뿐이다.
099, 198, 297, 396, 495, 594, 693, 792, 891, 990
그리고 이 쌍들은 거꾸로 더하면 항상 같은 합이 된다.
099 + 990 = 1089
198 + 891 = 1089
297 + 792 = 1089
……
숫자는 가끔 “우연인 척하는 필연”을 가장 좋아한다.
우리가 고른 건 시작점뿐이고, 나머지는 이미 구조가 결정해 놓는다.
13. 이 수가 11로 나누어떨어지는지 아닌지는, 번갈아 더해보면 된다
자릿수를 번갈아 +/−로 엮는다. 그 값이 11의 배수면 원래 수도 11의 배수다.
예: 2728
2 − 7 + 2 − 8 = −11 → 11의 배수 → 2728은 11의 배수
예: 31415
3 − 1 + 4 − 1 + 5 = 10 → 11의 배수 아님
한 번 더 해보기
- 91827은 11의 배수일까?
- 힌트: 9−1+8−2+7
교대합 계산:
9 − 1 + 8 − 2 + 7 = 21
21은 11의 배수가 아니므로, 91827은 11의 배수가 아니다.
큰 수를 한 번에 삼키려다 체하는 대신, 자릿수를 리듬으로 쪼개면 판정이 쉬워진다. 숫자는 규모로 위협하는 게 아니라, 구조로 설득한다.
14. ×11은 ‘사이 끼워 넣기’다
두 자리 수 ab 에 대해
ab × 11 = a (a+b) b
(단, a+b가 10 이상이면 받아올림 조정)
예: 25×11=275, 31×11=341
받아올림 예: 57×11 → 5+7=12 → 627
세 자리도 “이웃끼리 더해 끼우기”로 간다.
예: 253×11=2783
한 번 더 해보기
- 68×11을 머리로 계산해보기 (힌트: 6과 8 사이에 6+8)
규칙: 두 자리 ab라면 a (a+b) b (받아올림만 주의)
6 + 8 = 14
그러면 “6 (14) 8”이고, 받아올림 처리:68×11 = 748
(검산: 68×10=680, +68=748)
곱셈이 힘겨운 연산처럼 느껴질 때가 있지만, 어떤 곱셈은 ‘삽입’에 가깝다. 결국 계산의 고통은 숫자가 아니라, 우리가 들고 있는 관점의 무게일지도 모른다.
15. 9의 유령: 캐스팅 아웃 나인(검산 트릭)
자릿수 합을 계속 줄인 값(디지털 루트, 9로 본 나머지)을 이용해 결과를 빠르게 검산한다.
정답을 맞히는 게 아니라, 틀린 답을 빠르게 걸러낸다.
한 번 더 해보기
- 438×27을 계산했다고 치고, 답이 맞는지 “9 검산”으로만 확인해보자.
- 힌트: 438→(4+3+8=15→6), 27→(2+7=9→0)
디지털 루트(9로 본 나머지)로만 확인:
- 438 → 4+3+8=15 → 1+5=6
- 27 → 2+7=9 → 0
따라서 곱의 나머지 쪽은, 6×0 = 0
즉 정답은 9의 배수여야 한다.
실제 곱셈을 해보면:
438×27 = 438×(30−3) = 13140 − 1314 = 11826
곱셈 결과로 나온 11826 의 자리합: 1+1+8+2+6 = 18 → 1+8 = 9 → 0
0 이므로 9 의 배수 조건을 만족. → 검산 통과(틀렸을 가능성을 크게 낮춤).
이건 승리의 기술이 아니라 생존의 기술이다. 완벽함을 꿈꾸기보다, 실수를 빨리 잡아내는 쪽이 더 인간적이고 더 싸다.
16. 하샤드(니븐) 수: 자릿수 합으로 나누어떨어지는 숫자
자기 자릿수 합으로 나누어떨어지면 하샤드 수다.
예: 18 / (1+8=9) = 2
예: 1729 / (1+7+2+9=19) = 91
한 번 더 해보기
- 2025는 하샤드 수일까? 아닐까?
- 힌트: 2+0+2+5=9, 2025÷9?
자리합: 2+0+2+5 = 9
나눗셈: 2025 ÷ 9 = 225
정수로 나누어떨어지므로 2025는 하샤드(니븐) 수가 맞다.
자릿수는 단지 표기처럼 보이지만, 어떤 숫자에겐 성질 그 자체가 된다. 숫자가 자기 몸을 이해하고 그 이해에 복종하는 장면은 생각보다 근사하다.
17. 해피 넘버: 제곱합을 반복하면 1이 되거나 순환에 갇힌다
자릿수 제곱합을 계속 반복한다.
예: 19
1²+9² = 82 → 8²+2² = 68 → 6²+8² = 100 → 1
위 예시와 같이 1에 도달하면 해피 넘버.
도달하지 못하는 수들은 결국 (4→16→37→…→4) 순환 고리에 들어간다.
한 번 더 해보기
- 20은 해피 넘버일까? 아닐까?
- 힌트: 2²+0²부터 시작
반복:
2² + 0² = 4
4² = 16
1²+6² = 37
3²+7² = 58
5²+8² = 89
8²+9² = 145
1²+4²+5² = 42
4²+2² = 20
다시 20으로 돌아왔다. 즉 순환 고리에 들어갔다.
즉, 20은 해피 넘버가 아니다.
같은 규칙을 반복하는데 결말이 둘뿐이라는 게 좋다. 숫자에겐 기분이 아니라 도착점이 있다.
18. 뒤집어 더하기: 회문은 생각보다 자주 ‘생성’된다
뒤집어서 더하기를 반복해 본다.
예: 56
56+65=121 (즉시 회문)
예: 57
57+75=132 → 132+231=363
한 번 더 해보기
- 89는 몇 번 만에 회문이 될까?
- (스포하자면 “생각보다 꽤 오래” 걸리는 편이다.)
1. 89 + 98 = 187
2. 187 + 781 = 968
3. 968 + 869 = 1837
4. 1837 + 7381 = 9218
5. 9218 + 8129 = 17347
6. 17347 + 74371 = 91718
7. 91718 + 81719 = 173437
8. 173437 + 734371 = 907808
9. 907808 + 808709 = 1716517
10. 1716517 + 7156171 = 8872688
11. 8872688 + 8862788 = 17735476
12. 17735476 + 67453771 = 85189247
13. 85189247 + 74298158 = 159487405
14. 159487405 + 504784951 = 664272356
15. 664272356 + 653272466 = 1317544822
16. 1317544822 + 2284457131 = 3602001953
17. 3602001953 + 3591002063 = 7193004016
18. 7193004016 + 6104003917 = 13297007933
19. 13297007933 + 33970079231 = 47267087164
20. 47267087164 + 46178076274 = 93445163438
21. 93445163438 + 83436154439 = 176881317877
22. 176881317877 + 778713188671 = 955594506548
23. 955594506548 + 845605495559 = 1801200002107
24. 1801200002107 + 7012000021081 = 8813200023188
8813200023188, 24번만에 회문이 되었다.
규칙은 단순한데 끝은 단순하지 않을 수 있다. 어떤 숫자에겐 엘리베이터가 되고, 어떤 숫자에겐 계단이 된다.
19. 7의 판정법: 마지막 자릿수를 두 배 해서 빼라
마지막 자릿수 b 를 떼고, 남은 a 에서 2b 를 뺀다.
그 결과가 7의 배수면 원래도 7의 배수(반복 가능).
예: 203
20 − 2×3 = 14 → 7의 배수 → 203도 7의 배수
한 번 더 해보기
- 371은 7의 배수일까? 아닐까?
- 힌트: 37 − 2×1
371에서 b=1, a=37: 37 − 2×1 = 35
35는 7의 배수이므로 371도 7의 배수다.
(실제로 371 = 7×53)
판정은 힘으로 하지 않는다. 환원으로 한다. 큰 수를 작은 수로 접어 넣는 순간, 어려움은 대부분 사라진다.
20. 페르마 인수분해: 홀수는 ‘제곱의 차’로 갈라진다
임의의 홀수 N 은 N = a² − b² = (a−b)(a+b) 로 정의할 수 있다.
N 의 제곱근 근처의 a 부터 시작해, a² - N 이 제곱이 되는 순간을 찾아보자.
예: 5959
80² − 5959 = 441 = 21²
5959 = (80−21)(80+21) = 59×101
한 번 더 해보기
- 2021을 페르마 방식으로 인수분해해보기
- 힌트: 45²=2025에서 시작하면 빠르다.
2021 의 루트는 44.xx 정도라서 우선 45부터 시작.
45² = 2025
45² − 2021 = 4 = 2²
즉 a=45, b=2:
2021 = 45² − 2² = (45−2)(45+2) = 43×47
2021 = 43 × 47
인수분해는 쪼개기라기보다 ‘보이게 하기’다. 제곱의 차로 서는 순간, 숫자는 스스로 갈라지는 방법을 드러낸다.
수와 존재: 작은 마법들
숫자는 '말' 대신 스스로를 이야기하는 언어다. 몇 줄 수식을 끄적었을 뿐인데, 완벽한 대칭이 나타나거나 모양이 빙글빙글 순환한다. 언뜻 장난처럼 보이지만, 그 뒷면에는 분수의 순환소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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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한번 소개했던 수학적 트릭에 이어 추가로 소재를 선정해 다루어 보았다. 이중 몇가지는 암산 혹은 검산에 유용하게 쓰일수도 있겠다. 11의 판정은 자릿수에 리듬을 부여했고, ×11은 곱셈을 ‘삽입’으로 바꿔버렸다. 9 검산은 정답을 예언하지는 못하지만, 틀린 답을 솎아내는 데는 유능했다. 7의 판정은 거대한 수를 작은 수로 접어 넣는 환원의 기술이었고, 페르마 인수분해는 숫자가 제곱의 그림자 위에서 스스로 갈라지는 순간을 보여줬다.
이 모든 장면을 요약하면 이렇다. 숫자는 본질적으로 차갑지만, 자릿수와 규칙을 얹는 순간 갑자기 이야기처럼 읽힌다. 우리는 종종 계산/산수를 ‘노동’으로만 취급하지만, 이런 트릭들은 계산을 ‘관찰’로 바꿔준다. 좀 더 답을 빨리 맞히기 위한 요령이라기보다, 같은 대상을 다른 각도에서 보는 연습이다.
정답도 중요하지만, 숫자가 스스로 “내가 이렇게 생긴 이유”를 잠깐 드러내는 순간이 있다. 잠깐의 노출이, 이상하게도 오래 남는다.
'글 실험실 > 수와 존재'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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