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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로그/지나간 오늘들

2022 - 2023 구원의 서사를 찾던 시절

by 공튼이 2025. 8. 8.

1. AI가 모든 걸 바꿀까?

2022년 말, ChatGPT가 공개 두 달 만에 월간 사용자 1억 명을 넘어섰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한국의 기업 담당자들은 세미나장과 슬랙방에서 같은 말을 반복했다. "지금 안 쓰면 뒤처진다." AI면 다 된다는 기대가 경영진들을 중심으로 순식간에 번져나갔다. 하지만 그 열풍은 곧 냉혹한 숫자들과 마주해야 했다. 몇몇 뉴스들을 보며 기록한 것을 추려본다.

2. 마법처럼 보였던 순간들

  • 카카오엔터프라이즈의 'CenterFlow'는 클라우드 가입만으로 24시간 안에 AI 상담봇을 구축할 수 있게 했다. 스타트업 마켓리더는 이를 도입해 누적 4.3만 콜을 AI가 처리했고, 상담사 비용의 1% 수준으로 연 1.9억원을 절감했다.
  • KB국민은행의 'KB부동산 AVM'은 빌라와 오피스텔까지 6개월, 1년, 2년 뒤 가격을 예측하기 시작했다. 수도권 아파트 실거래가와의 오차율은 4-5%에 불과했다. AI 시세가 신뢰할 만한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 네이버의 'HyperCLOVA X'는 한국어 추론 벤치마크에서 GPT-4를 앞섰다는 내부 시험 결과를 공개했다. 한국어 특화 초거대 언어모델의 가능성을 보여준 순간이었다.
  • 토스뱅크의 'Toss Scoring System'은 더 인상적이었다. 비금융 데이터를 결합한 신용평가로 기존 중·저신용자 10만 명을 고신용자로 재평가했고, 2.1조 원의 대출을 지원했다.

위 항목들은 "코딩 없이 AI를 써서 돈을 아끼고, 정보 격차를 메운다"는 주장이 실제로 Working 했던 좋은 일부 사례이다.

3. 기대와 현실의 간극

  • 2021년 0.75%이던 한은 기준금리는 2023년 1월 3.50%까지 치솟았다. 3%포인트나 뛰어오른 것이다.
  • 돈의 값이 비싸지자 기업들은 움츠러들었다. 노임단가가 크게 오르고, 개발건을 진행하려 해도 비용이 항상 문제가 되었다.
  • 국내 IT 기업의 신입 개발자 공고는 2023년 상반기 대비 2025년 상반기에 43% 줄었다. 채용 한파가 시작된 해였다.
  • 돈이 비싸지고 개발자를 뽑기 어려워지자, "두고보자 휴먼. AI가 너희를 대체할 것이다."이라는 서사가 더 크게 들렸다.
  • 하지만 다음해 매킨지 조사에서 AI가 영업이익의 5% 이상을 만들어냈다고 답한 기업은 17% 에 불과했다.

 

4. 오프라인 자산의 재평가 ― '입지'만으로는 부족하다

벌어지는 격차

  • 2024년 1분기, 서울 소형 오피스의 공실률은 5.4%에 달했다.
  • 반면 프라임급 오피스는 0.9%에 그쳤다.
  • 원격·유연 근무가 자리 잡으면서 작고 낡은 건물의 공실이 6배나 벌어진 것이다.
  • KB AVM 같은 AI 기반 가격 산정 시스템은 에너지 효율, 층고, 근처 편의시설 같은 변수를 함께 고려해 '호(戶) 단위' 가격을 산출하기 시작했다.
  • "좋은 위치"라는 단일 변수로 설명되던 부동산 가치 공식이 다층적으로 바뀌고 있었다.

5. '구원 서사'의 시험대 ― 두 개의 극단

집값 바닥론의 혼란

  • 2023년 1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가 7개월 만에 0.81% 반등했다. "급락이 끝났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 하지만 같은 달 표본 통계는 -1.78%를 기록했다. 시장조차 하나의 답을 내놓지 못한 셈이다.

테라-루나의 교훈

  • 같은 해, 한국발 프로젝트 테라·루나가 폭락하며 전 세계 가상자산 시가총액 약 258조 원을 증발시켰다.
  • 기술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는 낙관이 허무하게 꺼진 사건이다.

6. 시사점 ― AI는 확장을 위한 도구

작게 시작해 숫자로 증명하기

  • CenterFlow나 KB AVM처럼 ROI를 월 단위로 공개한 프로젝트만이 살아남았다.
  • 가슴이 웅장해지는 비전보다 내실있는 성과가 중요했다.

사람과 AI의 분업

  • 상담봇 뒤에는 복잡한 문제를 처리할 베테랑 상담사가 필요했다.
  • HyperCLOVA X 뒤에는 한국어 데이터를 검증하는 전문가들이 있었다.
  • AI는 혼자 일하지 않았다. 사람을 꼭 끌고 들어간다.

고금리와 채용 한파를 견디는 방법

  • 비즈니스 모델 전체를 바꾸려 하기보다는, 토스의 'Toss Scoring System' 처럼 데이터가 풍부한 틈새를 공략해 빠른 성과를 내는 전략이 효과적이다. 중·저신용자라는 특정 시장에 집중한 것이 주효했다.

맹신 대신 검증 문화

  • 테라·루나, FTX 사태가 보여주었듯 "기술=구원"이라는 서사는 위태롭다.
  • 반복 실험과 투명한 회계, 철저한 감사가 필수였다.

7. 남은 문장 ― "AI와 함께, 조금씩 해보자"

2022-2023년은 특별한 시기다. AI 낙관, 고금리 충격, 디지털 자산 붕괴가 동시에 겹쳤다. 드문 경험이다. 결국 단순한 구원 서사는 결국 신기루였다. "AI가 모든 걸 바꾼다"는 말도, "집값은 곧 오른다"는 믿음도, "블록체인이 세상을 혁신한다"는 약속도 모두 부분적 진실에 불과했다. 대신 우리에게 남은 문장은 이것이다.

 

AI와 함께, 조금씩 해보자.

 

작은 영역부터 실험한다.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사람의 판단을 덧붙인다. 그럴 때 AI는 만능 열쇠가 아니라 엔진을 확장해 주는 기어가 된다. 불확실한 시대를 버티는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희망적인 방법이다. 2022-2023년이 우리에게 남긴 찐교훈이다.